책 (Book read) 293

소년이 온다 ㅡ 한강

소년이 온다 ㅡ 한강 고통스럽게 되살려낸 5월 광주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서 연재했던 작품으로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

책 (Book read) 2021.03.28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ㅡ 미치 앨봄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ㅡ 미치 앨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미지의 세계다. 완전히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기에 사후 세계는 알 수 없는 암흑의 세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에세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으로 죽음이 끝이거나 비극이 아니라 새롭고 설레는 시작이라고 속삭인다. 신작 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살림 펴냄)를 통해서다. 주인공인 간호사 애니는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행복의 문이 열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비극적인 사고가 찾아오고 애니는 천국에서 눈을 뜬다.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 앨봄이 형상화한 천국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하다. 애니가 만나는 천국..

책 (Book read) 2021.03.24

츠바키 문구점 ㅡ 오가와 이또

츠바키 문구점 ㅡ 오가와 이또 겉으로 보기에는 문구를 파는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는 ‘츠바키 문구점’. 사실 그곳은 에도 시대부터 여성 서사(書士)들이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온 곳이다. 연필은 HB부터 10B까지 갖춰도 샤프펜슬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집하면서, 대필의 종류는 주소 쓰기부터 메뉴판까지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주된 일은 대필 간판을 내걸지 않았어도 입소문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편지 대필이다. 어린 시절부터 엄한 할머니 밑에서 대필가가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 과정을 밟았던 포포는 다른 사람인 척 편지를 대신 써주는 것은 사기라고 반항하고 외국을 방랑한다. 그러던 포포가 할머니(선대)와 함께했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가 강요했던 대로 대필가로서 살아보기로 마음먹..

책 (Book read) 2021.03.24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ㅡ 한비야.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ㅡ 한비야.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 이책은 느즈막히 특별한 인연으로 부부가 된 두사람의 각각 하나에서 둘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오랜 생활 습성을 깨우쳐주는 부부의 인격적 모습을 이책에서 느껴본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과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에 부부가 되었다. 1년에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산다. 남편 안톤을 만나 미리 하기와 아무것도 안 하기의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남편 안톤과 함께 쓴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그녀의 첫 번째 공저서이다. 평지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났다.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는 원칙주의자. 아내 비야를 만나 목표..

책 (Book read) 2021.03.15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ㅡ김흥재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ㅡ김흥재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요즘이다. 팬데믹은 일상의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 모든 여행을 멈추어 버렸다. 휴가 시즌이 되어도 휴가 계획으로 마음이 들뜨기는커녕, 여행을 생각하면 깊어져 가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여행 후 2주간의 격리를 감내하면 떠날 수 있는 곳을 일부 찾을 수 있지만, 쉽게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여행 상사병을 앓게 되었다. 펜데믹의 '전과 후'에도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비행기 캐빈에 앉아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영상으로 여행을 대신해야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펜데믹이라는 변화를 피할수도 없다. 다만 펜데믹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야 할 뿐이다. 여행, 깊..

책 (Book read) 2021.03.14

마음 챙김의 시 ㅡ 류시화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손 대신 시를 건네는 것은 어떤가.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씨. 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인들이 나와 타인에 대한 운율 깃든 성찰로 독자를 초대한다. 아름다운 시들을 모았다고 해서 좋은 ..

책 (Book read) 2021.03.11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ㅡ짐 조저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ㅡ짐 조저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돈의 미래 지도가 어떻게 펼쳐지고 그에 따라 각국의 흥망성쇠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각국의 독자를 위해 돈의 흐름으로 본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짐 로저스의 생각을 직접 서술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한국어판에는 저자가 쓴 한국어판 서문을 추가하고 일부 도표에서 원래 일본판에 없던 한국 관련 통계를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지일파이자 일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투자가로 유명한 짐 로저스가 이 책에서 내다보는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일본에..

책 (Book read) 2021.03.01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ㅡ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ㅡ 기욤 뮈소 이 소설은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나간 시간을 반추해볼 때 누구나 가장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회한과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이 더없이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시간의 장벽을 통과하는 인간을 그려 보인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시간여행’을 실제로 경험하는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을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비결이라면 늘 이렇듯 모두가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

책 (Book read) 2021.02.17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ㅡ남형도 저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ㅡ남형도 저 양지가 있다면 응달도 있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의 시선 밖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불야성을 이루던, 그래서 저걸 누가 치우나 싶은 거리는 아침 출근길에 보면 누군가에 의해 깨끗해져 있다. 가족이 인수를 거부한 무연고자의 시신을 거두어 고이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도 있다.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을 하루 만에 왕복하는 사람도 있고, 위험한 고강도 노동현장에서 자기 몸을 던져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의 저자이자 기자인 남형도는 “여기 사람이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우리 시선에서 벗어나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고 서로..

책 (Book read) 2021.02.12

달팽이 식당 ㅡ 오가와 이토

달팽이 식당 ㅡ 오가와 이토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작은 식당 이야기『달팽이 식당』. 작사가 출신의 오가와 이토가 쓴 데뷔작으로 '먹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동거하던 연인이 돈과 살림살이 전부를 가지고 사라져버린 후 갑자기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게 되자, 완벽한 외톨이가 된 링고는 10년 만에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달팽이 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을 연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딱 한 팀. 손님의 취향과 인품에 대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한 후 상황에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인 이 작은 식당에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아르헨티나 사람인 아내가 가출한 후 혼자 살면서 링고를 돕는 순박한 구마 씨, 풋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고교생 ..

책 (Book read)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