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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ㅡ남형도 저

나타나엘 2021. 2. 12. 12:16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ㅡ남형도 저

양지가 있다면 응달도 있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의 시선 밖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불야성을 이루던, 그래서 저걸 누가 치우나 싶은 거리는 아침 출근길에 보면 누군가에 의해 깨끗해져 있다. 가족이 인수를 거부한 무연고자의 시신을 거두어 고이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도 있다.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을 하루 만에 왕복하는 사람도 있고, 위험한 고강도 노동현장에서 자기 몸을 던져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의 저자이자 기자인 남형도는 “여기 사람이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우리 시선에서 벗어나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2018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다소 엉뚱한 기획이었다. 꼭 체험하지 않더라도 르포 형식의 취재 기사도 가능한데, 왜 직접 겪어보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당사자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그 일을 해보거나,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고 싶었다. 공감을 통한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말하기는 태산 같은 일이기에, 비록 괴짜로 보일지언정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의 고단함을 통해 육아의 강도를 이야기하고, 못 타는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따라다니며 사망이 계속되는 집배원의 노동현실을 보여준다. 노인이 겪는 사회적 시선과 육체적인 불편함을 알고 싶어서 노인 분장을 한 채 홍대로, 탑골공원으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고,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제대로 전하고자 눈을 감고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계속 놓치고 길에서 오들오들 떨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갖은 고생 끝에 그가 내놓는 ‘둥근 주장’에 우리는 시나브로 감화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의 글 저변에 흐르는 ‘따뜻함’과 ‘존중’ 그리고 무거운 주제에 마치 양념처럼 글맛을 더하는 ‘위트’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