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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ㅡ 에쿠니 가오리

아파트인데도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래된 건물을 무대로 '오이', '모자', 숫자 '2'라는 세 주인공들의 우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반짝 반짝 빛나는』의 세 주인공들이 우화적으로 재배치된 듯, 엉뚱한 설정의 주인공들이 묘한 리얼리티를 가지며 다가온다.숫자 '2'는 윗층에 사는 오이에게 운동을 멈춰달라고 말하기 위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방을 찾아간다. 활발한 오이에게도 숫자 '2'의 방문이 이 아파트에 이사온 후로 처음이다. 이 일을 계기로 중재를 맡았던 모자를 포함한 세 명은 오이의 방에 모여, 각자의 음료수를 마시면서,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서로 취미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근본적인 사고방식도 다른 세 명이지만, 제 나름의 방식으..

책 (Book read) 2024.11.24

울지 말고 꽃을 보라 ㅡ 정호승

사람살이의 슬픔,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는데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은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작가 정호승. 작가생활 4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시와 산문을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삶의 상처마저도 희망의 씨앗으로 키우는 지혜를 선물해 온 그가 우리가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하는 화두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답한다.혹독한 겨울의 눈보라를 견딘 다음에야 열매를 맺는 가을보리가 고통의 의미를 일깨우는가 하면, 서로 다른 견해로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해와 달의 모습에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집에 빠지고 마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되비춘다. 바위라고 우기는 모래를 비웃다 모래가 된 뒤에야 뉘우치는 바위의 이야기에서 누구의 인생에 주어진 고통과 인내이든 그 크기는 결코 다르지 않다는 엄연한 진실과 ..

책 (Book read) 2024.11.23

해질 무렵ㅡ 황석영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 서서 길 위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를 돌아보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본다. 더는 변화할 무엇도, 꿈꿀 무엇도 없을 것 같은 그의 일상에 강아지풀 홀씨 하나가 날아든다. 그 작은 씨앗은 그가 소년시절를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오고 달골에서 함께 부대끼던 재명이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같은 사람들을 불러내어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그녀는 음식점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뛰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무대에 매달린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책 (Book read)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