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47일차. 월요일. 안개.흐림.
Silleda 2일차.
어제 저녁은 깊은 잠을 자고 또 오늘 하루를 쉬어 가는 날이라 편안 했다.
아래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이것 저것 기욱거리며 마트 구경을 하고 오랜만에 이발소에 들려서 이발도 하고 느긋한 시간을 같이 보내니 참 좋다.
오늘 점심은 라면과 과일 요구르트로 하고 저녁은 통닭을 먹을까 아니면 메뉴 델 디아를 먹을까 여유있게 고민도 하였다.
저녁식사 메뉴 두가지 식사비가 10€.
이제 산티아고 까지 45km 정도 남았는데 호텔예약을 29.30일로 하다 보니 아직 4일 정도 여유가 있어 내일도 13km 정도 걷고 쉬고
다음 날도 13km 정도에서 머무르고 그 다음 날 17km 정도 걸어서 산티아고에 도착을 해야 할것 같다.
집을 떠난지도 50여일이 되어 이제는 이곳 생활이 익숙해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필요 할것 같다.
이제 남은 일정도 잘 보내고 기쁘게 감사하게 귀국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친구인 시골로 집을 짖고 내려간 국포형제와 산을 좋아하고 가고파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 가고파형제에게 보내는 글이다.
국포, 가고파 형제님.
이길을 걷겠다고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마드리드를 경유해 세비아로 온지가 엇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제 산티아고까지 약45km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3일만 걸으면
이번 산티아고 은의길 1,007km라는 길고 긴 길이 끝납니다.
43일 동안 955kn를 걸어온 샘이지요.
오래 걸어서인지 몸은 어느새 걷는데 이숙하게 잘 맞추어져 있는 느낌 입니다.
초반부터 양쪽발가락 물집과 발톱이 괴로움을 주더니
초반을 벗어나니 발목과 무릎이 조금씩 신호를 보내고
언제 부터인가는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 가더군요.
어제는 마지막으로 긴구간 29km를 05시35분 출발해서 6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그동안 1,000m 이상 높은 산을 세개나 넘고 더운 한낮 땡볕에 올라가도 또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고 가파른 언덕길만 계속 나타나고
배낭은 등과 어깨를 짖누르며 메달려 내 발걸음을 붙잡던 그 길이 지금 돌이켜 보면 마치 내가 살아온 인생길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60세가 넘어 지나온 인생길을 돌이켜보면 많은 고난과 시련과 기쁨이 추억으로 남아 여물어 있듯이
지나온 카미노 길속에도 그와 같은 시간들이었던 것같습니다.
때로는
왜 이길을 걷는 걸까?
하는 질문도 수도없이 많이 해 보기도 하였지요.
아들은 엄마에게 걸을 만큼 걸었으니 좀 쉬시며 여행이나 하라고 걱정되는 말을 하지만,
이 길속에서ㅡ하늘. 구름. 꽃. 밀밭. 포도밭. 풀 그리고 새들의 노래소리들이 이야기를 걸어오며 마음속에 넉넉함과 풍족함으로 참 좋음을 새겨 놓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무거운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길위의 친구들을 만나러 또 나서 봅니다.
끝까지 응원해 주시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향이 휘날는 날
국포 형제님과 가고파 형제님을
두손 모아 주님께 기도 드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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