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제12일차. 17코스 고현버스터미널ㅡ장목파출소.18코스 대금리(매미성).

남파랑길.제12일차. 17코스 고현버스터미널ㅡ장목파출소.18코스  대금리(매미성).
25km. 5시간30분.

고현버스터미널.석름봉.하청야구장.맹종죽순테마공원.장목파출소.장목항.두모몽해변.매미성

어제는 고현 성당에서 토요 특전미사를 드렸다.
하루를 쉬면서 미사를 드릴 수 있고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도 다녀올수있어서
오랜만에 여유로왔다.

아침 기온은 정상을 찾은듯 차거움도 없고
정형적인 가을 아침날씨로 해가 올라오면서
외투 잠바도 장갑도 필요 없게 되었다.

고현버스터미널에서 다리를 지나 석름봉둘레길의 숲길과 정자등 쾌적한 길을 지나 대성사를 내려와 하청야구장을 향하는 길에는 주택들이 드문드문 있고 집앞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감이 달려있는 감나무, 유자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집앞에 할아버지가 나와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나무에 노란열매가 무슨 열매인지 여쭈니 유자나무라 하신다.
지나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할아버지가 손짖으로 오라고 하신다.
나무에서 유자를 따 주시며 하나씩 가져가란다.
집에 갖다 놓으면  향이 좋을꺼라고 하신다.

오늘은 차도 길로 인도를 많이 하는데
2차선 도로에 인도가 전혀 없고 커브길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앞에서 오는 차를 발견할 수가 없고 운전자도 보행자를 미리 발견하기 용이하지 않다.
길은  언덕길이 많고 내리막 길에선 과속으로 달리는 차들로 공포마져 느껴진다.

맹족죽순체험길인 대나무숲 언덕길을 넘어 내려가 차도 길을 또 넘어 17코스 끝인 장목파출소앞에 도착하였다.

장목항에는 수산시장이 크게 갖추어져 있는 큰 어항이다. 수산시장안에는 조개, 회를판매하는 곳이 보인다. 여기를 지나면 장목초교가 보이는데 학교운동장이 크고 교실 건물도 크다.

여기서 관포마을로 가는 언덕길로 접어드는 길옆에 고구마 밭에서 두분이 고구마를 캐고 있으시다.
밭 고랑에 캐놓은 고구마가 신기하고 너무 이뻐서 구경하고 있는데
고구마를 캐고 있던 아주머니가 '아이고 허리야' 하시며 힘들게 일어서시더니 고랑에 캐놓은 고구마를 집어 드시고 손으로 흙을 문질러 터시며 먹으라고 건네주신다.
배낭에 넣고 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아침에 배낭을 꾸릴 때 매번 물 두병을 가지고 다니던것을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병을 빼고 한병 만을 넣었는데
할아버지가 주신 유자도 넣고
할머니가 주신 고구마도 넣으니
배낭은 다시 무거위 졌다.

길가에 중국음식점이 보이는데 40년 전통 중화요리집이라한다. 점심 때라 손님도 많다.
자짱면! 40년 정통의 맛은 어떤 맛일까?
입가에 군침이 돈다.
아쉬움을 남기고 그냥 통과.

오늘길은 언덕길을 여러개 넘었다.
한적하고 인적이 없는 길이 대부분이다.
멀리 두모몽돌해변이 저 아래로 보이는데
길옆에 한부부가 산아래 바다를 내려다 보며 앉아 있다. 인사를 하다 대화가 오고 갔다.
이곳에 살다 이사 갔는데  이길이 좋아 자주 찾는다 하는데 우리도 오늘 산길을 돌고 넘으며
좋다는 감탄사를 여러번 하였다.

지나쳐가는 우리를 불러 유자를 따 주신 할아버지.
고랑에 캐 놓은 고구마를 구경하는 우리에게
힘들게 허리를 펴시며 손으로 썩썩 문질러 흙을 털어 내시며 건내주신 고구마 캐는 할머니.
힘듬과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물회를 넉넉히 내어주신 식당 아주머니.
연잎밥을 손수 만들어 절밥을 우리 두사람을 위해서 준비해 주신 스님.
오늘도 기도하며 한걸음 한걸음 걸을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시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벅 젖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