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28일차. 수요일. 맑음. 20km. 4시간20분
Calzada de Valdunciel ㅡ El Cubo del Vino
Alb. F & M. 48€(아주양호. 친절. 숙박+석+조)
무니시펄 알베르게에서 4명의 순례자만이 잠을 잤는데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인원수와는 상관없이 어떤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방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같다.
6시20분에 출발하는데 밤사이에 비가 많이 내렸는지 길가에 물구덩이가 여기 저기 많이 보이고 흙은 물에 젖어 축축하고 오솔길의 풀들은 빗물이 내려 앉아 지나가는 우리의 신발과 바지 소매를 금새 흠벅 적신다.
밤사이 비가 내린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여명은 어제 비가 온 후이여서 인지 다른 때와 또 다른 모양을 연출해 보이며 발걸음을 멈추고 샷더를 자꾸 누르게 한다.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
비가 많이 와서 인지 큰물구덩이가 많이 생겼고 그물 구덩이들이 길을 막아서 어떻게 겨우 넘거나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숙소에 같이 자던 이태리사람이 언제 왔는지 우리를 앞질러 간다. 발걸음이 우리의 두배는 빨라서 금새 저멀리 가버린다.
화살표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바로 옆길과 붙어 있는 아스팔트 길로 그 이태리 남자가 흙탕길을 피해서 접어든다.
우리는 앞서가는 그를 무심히 따라가게 되었는데 가다보니 N66 고속도로에 들어서게 되었다.
조금 지나다 보니 앞서 가던 이태리 사람은 앞에 걸어가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돌아 봐도 다른 곳으로 갈 길이 없는 곳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어디로 별안간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계속 직진하게 되었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 하고 얼마를 더 가서야 이 길이 고속도로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나가는 차들은 클락션을 울리며 손짖으로 안된다고 싸인을 계속 보낸다. 그러나 고속도로 길 양쪽에는 2m 높이의 보호 철망이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고
빠져 나갈 만한 조그만 개구멍도 보이질 않는다.
가끔 철문이 나타 나는데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를 채워 놓아 문을 열수 없게 해놓았다.
그렇게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길을 찾으며 걷고 또 걸었다. 인터체인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철조망 사이로 틈이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하면서 계속 걷는데
차들은 계속 크락션을 울리며 손으로 싸인을 보내고 우리는 점점 긴장하고 당황하고 다급하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누가 신고를 하여 경찰차가 우리를 구하러 왔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렇게 정신없이 탈출구를 찾으며 부지런히 고속도로 갓길을 걸은 거리는 6km나 되었다.
철망사이에 철문이 또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도 역시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돌을 집어서 두드려 보았지만 끔쩍도 하지 않는다.
철망 넘어 바로 옆에 카미노 길이 고속도로와 나란히 보이는데 갈수가 없고 차는 쌩쌩 달려오고 두려움과 공포감에 이사벨라씨는 도져히 갈수 없는지
철조망을 넘자고 한다.
방향을 제시한데로 걷지 않고 조금 방심한 탓에 이런 일이 격게 되었다.
우리는 2m되는 철망을 넘어 가기로 결단을 내렸다.
도저히 이대로는 끝도 없는 고속도로를 계속 걸어 갈수는 없다는 절박함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사벨라도 다른 때와는 전혀 다르게 용감해졌다 .
먼저 넘어간다고 나에게 말하며 넘을 수 있다고 철조망을 잡고 발을 철망 사이로 집어 넣으며 넘으려고 행동까지 보인다.
그러던 차에,
앞서가다 사라져 버린 이태리사람이 철망 밖 길 저 뒤에서 카미노길로 걸어 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언제 고속도로를 넘어 카마노길로 방향을 잡은거야, 뻔히 자기 뒤에서 우리가 자기를 따라 고속도로를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저사람 혼자 살겠다고 어디를 갔다 이제야 나타난거야?
그래도 얼마나 반가운지 넘어 갈려고 하는 찰라 나타났으니 도와 달라고 하고 그에게 먼저 배낭을 넘겨 주고 내가 받쳐 주는 도움을 받으며 이사벨라씨가 철망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상시 같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인데
철망 꼭대기에 올라서서는 흔들리는 위험과 무서움을 참고 철망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중심을 잘 지탱하며 그 사람의 어깨를 잡고 안겨서 차분히 넘는데
이 모습은 마치 여군특전사 같았다.
이렇게 시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태리 사람이 나타나 주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사람도 물에 신발이 빠지고 한참을 돌아서 왔단다.
앞사람을 선득 따라 간것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탈출 할수 있도록 도와준 이태리사람을 오늘의 천사로 선정 하였다.
이사벨라씨는 무사히 고속도로를 탈출한 것을 인증삿으로 만세를 부르며 세라머니를 기록으로 남겼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카미노 표시가 있는 길로 접어드니 이사벨라씨는 긴장이 풀렸는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판단대로 편한 길만 걷다 보면 이런 일이 발생 할 것 같다.
앞으로는 오늘을 기억하며 이런 실수를 반복 하지 말아야겠다.
숙소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시며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맥주와 물. 빵과 쵸리소를 내어주시며 먹으라고 권하신다.
할머니가 함박웃음으로 맞아 주신는 것이 꼭 어머니 같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좋았다.
할머니 감사 합니다!
우리는 2인실에 방배정을 받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햇볕에 신발과 침낭과 배낭 모두를 널고 샤워를 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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