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타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프지 않은 죽음은 없다
그러나 나를 잃지 않는 삶은 있다
암 환자의 딸이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
상실과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
하루에도 몇 번씩 시한부의 삶을 선고하는 종양내과 의사 김선영이 죽음과 삶, 그 경계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에세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이 출간되었다. 죽음과 질병을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는 ‘내가 암에 걸린다면,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불운을 불러오는 금기로 여겨왔다. 그러나 통계상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모두 결국 죽게 되어 있다. 죽음이 앗아갈 것을 떠올리며 두려워만 하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나의 죽음, 혹은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서 송두리째 삶이 뒤흔들릴 것이다. 많은 환자가 병에 대한 불안,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온 저자는, 자신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어떻게 죽음을 인정하고 겪어낼 것인지를 모색한다.
이 책은 언제일지 모르는 끝까지 꽉 찬 삶을 살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것을 놓지 않으면 죽음은 그리 허무한 것만은 아님을, 삶은 그렇게 끝이 나버리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컨베이어처럼 돌아가는 빡빡한 대형 병원의 잔혹한 시스템에 젖어 죽음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더 이상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를 포기하는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환자의 슬픔에 너무 동화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의사도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온 14년 차 내과 전문의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병원 내부의 풍경과 더불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암, 항암 치료, 대체 요법에 엄밀히 접근한다. 또한 연명의료법, 사전돌봄계획, 완화적 진정 등 의료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들을 짚어가며 죽음에 대비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본다. 죽음에 대한 담론에서 시작해 인간의 실존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대비책을 담아냄으로써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하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죽음에 관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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