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로렌스는 생전에 세상의 편견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으나, 그의 작품들은 영문학사에 큰 획을 긋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아들과 연인』은 당시 로렌스에게 작가로서의 명성 역시 가져다준 작품이다. 『아들과 연인』은 로렌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서 그의 심리적 깊이가 자세히 드러나 있는 자서전적인 소설이기에 로렌스 연구 및 이해에 필수적이다. 또한 영국 노동자 계급의 가족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다양한 인관 관계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들과 연인』은 로렌스를 평생 따라다녔던 집착과 불안정한 애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무식하고 무기력한 노동자 아버지와 지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한 한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이 주인공이다. 남편을 경멸하는 어머니는 모든 애착을 쏟았던 큰아들을 사고로 잃자, 둘째 아들 폴에게로 그 애착을 옮긴다. 그러나 연인과도 같은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들의 삶을 지탱하는 너무나 강력한 힘이었기에 오히려 폴은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폴은 미리엄과의 정신적인 사랑도, 도스 부인과의 육감적인 사랑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폴과 그의 어머니의 이러한 관계는 로렌스 자신의 초기의 삶에 대한 허구적 서술 이상이 될 정도로 강렬하게 제시된다. 『아들과 연인』은 『햄릿』과 『오이디푸스』에서 고전적으로 극화되었고,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중심으로 삼기 시작했던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20세기의 용어로 탐구하고 있다.
『아들과 연인』은 로렌스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출간을 둘러싸고 노골적인 표현을 이유로 검열을 받았다. 1913년 덕워스 사의 편집자이며 로렌스의 친구였던 에드워드 가넷은 이 작품을 검열하고 삭제하였고, 그 결과 작품이 원래보다 10퍼센트 정도나 짧아졌다. 가넷은 이러한 변경을 로렌스와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았으며 원고를 직접 인쇄업자에게 보냈고, 인쇄업자 또한 구두점을 완전히 다시 찍어 출간했다. 그 결과 많은 곳에서 작품의 의미가 급격하게 변했다. 초기의 텍스트는 이렇듯 노골적인 단어 및 표현이 삭제되거나 순화되었기 때문에 로렌스의 섬세한 감각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난도질당한 텍스트로만 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연인』은 인기 있는 고전으로 자리잡았고, 각 세대마다 새로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해당 판본은 생략, 순화되지 않은 무삭제판으로서, 로렌스가 담아내려 했던 의미를 더욱 정확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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