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34일차. 화요일. 맑음. 22km. 4시간 35분.
Tabara ㅡ Santa Marta de Tera
Alb. Peregrinos 성당옆. (매우양호. 14개침상)
어제 비가 오락 가락 하루 종일 내리더니 오늘 아침 하늘은 구름만 조금 있고 기온도 평상을 찾은 것같이 산듯한 아침이다.
이틀을 푹 쉬어서인지 몸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고 배낭을 맨 어깨도 가뿐한고 발걸음도 부드럽게 내딪는다.
이래서 적당한 휴식은 걷는데 큰 보약이다.
이사벨라는 여기서 하루 나 이틀 더 쉬기로 하고 나 혼자서 출발하여 이틀 후 다음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6시 30분 출발 하는데 그러나 혼자 아침에 걷는 느낌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숙소 앞에서 배웅을하며 조심히 잘 가요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을 자꾸 돌아 보며 구부러진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설 때는 이사벨라가 보지 않게 될까봐 발걸음이 때어지질 않는다.
혼자 출발하는 느낌이 무언가 두고온 것 같이 허전하고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
숙소에 혼자 두고온 이사벨라씨가 안스럽다.
- 이사벨라씨 일기 중에서 -
일찍 나타나엘씨는 혼자 길을 떠났고 나는 오늘 하루더 이곳에 머물며 쉬기로 했다.
막상 함께 할때는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는데 혼자 떠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고 허전하다.
이틀 후에 또 만날 수 있는데도 이런 마음이니 먼 훗날 언젠가 주님께서 부르실 때 혼자 남아 있는 자신들의 모습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해 본다.
먼 타국에서 이렇게 지내는 나의 모습이 또 다른 체험을 하게 한다.
가까이 있을 때 잘 해야지 나중에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같다.
주님께서 이런시간을 허락하신 것도 어떤 뜻이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다시 나타나엘씨를 만날때는 기쁘게 감사하게 다른 모습이고 싶다.
-. -. -. -.
마을을 벗어나 차도를 조금 거쳐서 흙길로 접어드니 비온 후의 길이 촉촉하고 아침 공기도 상쾌한 기분이 든다.
언덕을 몇개 지나 10km 지점에 Bercianos de Valverde 마을로 접어드는 이정표가 나오고
직진하여 3km 정도 가면 Villanueva마을에 카페가 있어 쉴수 있었다.
은의 길은 남성의 길이다.
오늘도 13km 지점까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지나가는 차도 없고, 자주 듣던 개짖는 소리도 가축들이 목에 찬 방울소리도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는 이 길은 남성들이 인생을 걸어가듯 남성적인 느낌이 든다.
새벽 공기 마시며 묵묵히 걸어야 되는 길이 때때로 자주 우리 부부만이 살아 온 인생 길 같은 생각 마저든다.
커피한잔을 마시며 좀 쉬고 있는데 어제 저녁식사 때 식당에서 만났던 남자가 쓱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랬다. 오면서 언덕을 몇개 넘으면서 마루턱에서 뒤돌아 보며 누가 오고 있는가를 여러번 확인 할 때는 저 멀리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삼일 만에 걷는 길이여서 그런지 또 새로운 느낌이든다.
양쪽에 길가에 피여 있는 꽃들도 가끔 나타나는 목장도 끝없이 펼쳐진 풀밭도
신발을 적시는 물구덩이도 멀리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려 놓은 구름도
새롭게 정겹게 닥아오는 느낌이다.
알베르게는 성당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성당 앞 길건너편에는 카페가 있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고 내가 첫번째인가 보다. 침상을 자리하고 샤워를 하였는데도 알베르게는 나혼자 뿐이다.
오늘은 햇볕이 좋아 배낭.침낭. 옷등 소지품 모두를 햇볕에 내다 널었다.
침낭도 뽀송 뽀송 해지고 혹시 모를 벌레 퇴치하고 기분도 개운해지는 것이 자주 내리는 비로 눅눅함이 싹 없어졌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알베르게는 금새 Full이 되었고
내가 자리 잡은 방은 6개 침상인데 나만 제외하곤 모두 프랑스 중년 여성들이다. 확실히 여성들은 좀 씨끄럽다.
식당은 성당 앞에 하나가 있고 조금 올라 가면 또 하나가 나온다.
점심은 성당앞에서 간단히 먹었고 저녁은 조금 떨어진 식당에서 먹었는데 조금 떨어진 식당 앞으로 가보니 주인남자가 나와서 음식을 소개하면서 적극적으로 안내를 한다. 주인의 웃음과 적극적인 설면을 보고 들러 갔는데 음식이 나온것을 보니 말과 음식이 정반대이다.
식사를 하고 실망스런 마음으로 숙소로 오는 길에 성당앞 식당을 들려보니 점심을 좀 떨어진 식당에서 먹었던 일행들이 저녁은 여기서 먹는게 아닌가,
저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으니 저녁은 여기서 먹을 것일게다하고 생각해 봤다.
저녁미사가 있어서 이사벨라씨를 위해서 미사지향으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주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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