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Book read)

호텔 선인장 ㅡ 에쿠니 가오리

나타나엘 2024. 11. 24. 22:52

아파트인데도 어떤 연유에서인지 <호텔 선인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래된 건물을 무대로 '오이', '모자', 숫자 '2'라는 세 주인공들의 우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반짝 반짝 빛나는』의 세 주인공들이 우화적으로 재배치된 듯, 엉뚱한 설정의 주인공들이 묘한 리얼리티를 가지며 다가온다.
숫자 '2'는 윗층에 사는 오이에게 운동을 멈춰달라고 말하기 위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방을 찾아간다. 활발한 오이에게도 숫자 '2'의 방문이 이 아파트에 이사온 후로 처음이다. 이 일을 계기로 중재를 맡았던 모자를 포함한 세 명은 오이의 방에 모여, 각자의 음료수를 마시면서,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서로 취미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근본적인 사고방식도 다른 세 명이지만, 제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의 존재를 일깨워 가면서, 어느 덧 혼자일 때는 잘 몰랐던 즐거움과 쓸쓸함,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러가지 일상 속에서 '호텔 선인장'에서의 생활은 재미있게 지나가지만 이윽고 즐거운 날들에 이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덧없음'에 누구보다도 친숙한 모자,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듯 하지만 내심은 무언가 잃어버리는 일에 서툰 오이, 언제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 길들이려 하는 숫자 '2'는 각각의 모양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 출처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