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 서서 길 위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를 돌아보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본다.
더는 변화할 무엇도, 꿈꿀 무엇도 없을 것 같은 그의 일상에 강아지풀 홀씨 하나가 날아든다.
그 작은 씨앗은 그가 소년시절를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오고 달골에서 함께 부대끼던 재명이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같은 사람들을 불러내어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그녀는 음식점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뛰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무대에 매달린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척박한 세상에 지쳐 젊은 날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검은 셔츠...
이 소설은 짧은 경장편이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에 담긴 생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도저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어느 장편소설보다 지평이 넓고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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