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Book read)

음식은 맛있고,인생은 깊어갑니다 ㅡ 최갑수

나타나엘 2026. 1. 1. 22:38

작가는 20년 이상 여행작가로 살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직업이지만 현실은 고단하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낯선 곳을 헤매야 하고 이상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에티오피아 여행 중에는 호수에서 잡은 민물회를 먹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니까. 그는 가방 속에 아스피린을 비롯해 각종 약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민물회를 삼킨다.

“아와사(Hawasa)에는 차모 호수(Chamo Lake)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가이드 데스(Dess)는 이른 아침부터 나를 깨워서는 호숫가에서 열리는 어시장으로 데려갔다. 시끌벅적한 어시장 풍경을 기대했지만 나를 반긴 건 쓰레기 가득한 호숫가 풍경이었다. 호숫가에는 생선 난전이 펼쳐져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비린내와 하수도 냄새가 훅 끼쳐왔다. 사진을 찍으러 가다가 진창에 발이 빠졌는데, 그날 밤 신발을 버려야 했다. 악취 때문에 도저히 신발을 방 안에 둘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시장 한쪽에 자리한 간이식당에서는 그 호수에서 잡은 생선을 회로 뜨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도마 위에는 생선 비늘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요리사는 손바닥을 청바지에 문질러가며 생선의 비늘을 벗겼다. “아디스아바바에서는 회를 못 먹어. 로 피쉬(raw fish)는 이곳만의 별미지.” 데스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그가 이 말을 하며 침을 삼키는 것도 보았다. 이 자식, 설마 나한테 이걸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하는 짐작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데스는 접시 위에 담긴 회를 내 앞으로 가지고 왔다. 소스도 있었다. “이건 뭐야?” 내가 물었다. “핫 소스야.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먹어봐.” 데스는 커다란 회 한 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아와사 시청 관계자, 시장 현지 안내인, 나와 함께 온 여행사 직원, 드라이버 등 모두가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0.1초 정도 망설였지만 먹기로 했다. 트렁크에 배탈약과 설사약, 아스피린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자 뭔가 물컹하고 비린내로 가득하면서도 매운 것이 혀 위에 올려졌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몇 번 씹고는 꿀꺽 삼켰다.” (본문 182~183쪽)

인도 어느 오지에서는 애벌레를 먹는다. 살아서 꿈틀대는 애벌레를 차마 씹지 못하고 꿀꺽 삼키지만, 애벌레는 그의 목에 걸린다. 다시 한번 목구멍에 힘을 주고 꿀꺽. 애벌레는 그의 식도를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그는 왜 이토록 고난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하는 것마저도 포기해버린다. 고민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벌레를 먹어야 한다면 그냥 먹어버리는 게 편한 것이다.